2017년 12월 25일_인화 by



인화를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따금 꿈 속에 나타나 그리움을 안겨주는 것은 언제나처럼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19이었던 것 같다. 인화를 알게 된 것이. 아니 그보다 더 이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달리 기억나지 않으니 그냥 19살이라고 해 둬야지.

그 아이를 만나러 버스를 탔고, 그 아이를 만나 시원한 음료를 마셨고, 그 아이를 만나 그 아이가 다니던 학교 운동장을 거닐었고 그 아이의 친구를 만났고, 밥을 먹었고 농담을 나눴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시간이 흘러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연락이 닿았고 또 그 아이의 마음을 받았다.

서로 원하는 것이 너무도 달랐기에 함께 할 수 없었고 서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달랐기에 물리적으로 “절대” 가까워질 수 없었다. 마음을 곧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기에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의 변함없는 마음이었다. 5년이 넘도록.

다시 그 아이와 연락이 닿았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 주고싶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한 나의 말에 그 아이는 괜찮다고. 그 때는 자기도 어렸었다며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이제는 너무도 담백해진 말투로 나의 마음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래 나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나보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면서 마음을 확인했었고, 또 외면했었고 상처를 주면서도 여전히 미련한 것은 내 쪽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인화는 내 꿈 속에 나와 나를 보며 반갑게 웃어주고, 여전히 다 녹혀버리지 못한 내 마음에 그리움을 띄우고 간다.

그건 그 아이가 나를 그리워하는 증거가 아니라 내가 그 아이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꿈 속에서나마 나에게 웃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내 앞에서 웃어주지 않았던 그 아이가 원망스러운 것인지.

아니 이도저도 아니라면 매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그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기 때문인지.

인화는 겨울이 좋다고 했다.

인화 때문에 겨울을 아무리 좋아하려 애써봐도 겨울은 너무도 어려운 대상이다. 좀처럼 이 추위에는 익숙해질 수 없기에.

겨울이 오면 인화가 생각나고, 겨울이 끝날 무렵 인화의 생일을 축복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미련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지이가 아니라 인화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한다.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아득한 도시의 풍경 속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뒤로 문을 닫고 들어와 차가운 공간 속에 혼자가 되었을 때.

이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은 인화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또 미련하게 좀 더 참아볼 껄. 좀 더 마음을 다듬어 볼 껄.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어려운 것은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이며, 여전히 어려운 것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다는 순간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 부딪힌다면 나는 뒤돌아 보지 않고 도망쳐버리니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마음을 전하기 어려워 도망쳐 버렸으니.

이제는 인화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리라 이따금 다짐하고 이따금 나를 다독인다.

지금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마음 편해지지 않는 벽을 쌓아놓고 대하지만.

그래 어쩌면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나를 알아챈 것이 정말 나를 꿰뚫어 본 것인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한다. 대지 위에 내동댕이 쳐진 채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처럼. 온 세상에 훤히 드러난 것 처럼 나를 꿰뚫어 본 것인지 모르다.

세상을 대하기 어렵고 나를 변화시키기 어려우니. 그냥 이대로 살아버리자.



인화가 꿈에 나와 웃어주었다. 어떤 일을 하였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는 이전처럼 바쁘게 이전처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내가 닿을 수 없는 장소에서.

함께 마주하며 다시 웃을 날이 오기만을 바랬던 지난 날이 후회되는 만큼, 이제는 내 마음에서 상대방의 마음에서 도망치지 않으리. 다짐한다.

시간이 흘렀고. 나 또한 다른 익숙함에 길들여졌다.